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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의 추억/위스키

더 페이머스 그라우스 (The Famous Grouse)

'뇌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더 페이머스 그라우스.

신년을 맞이하여 위스키 세일이 없을까 싶어 역전 쇼핑몰에 들러 보았다가 발견한 더 페이머스 그라우스(이하 뇌조).

사실 뇌조는 일본에 공식 수입사가 없어,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위스키에 속한다. 어떤 온라인 샵을 뒤져보아도 항상 따라붙는 "병행수입품"이라는 표현이 붙어 있는데, 간혹 재고가 소진된 샵에는 "정식수입품" 등의 표현이 붙어 있는 걸로 보아서는 매상 때문인지 도중에 공식 판매원이 수입을 중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운 좋게도, 버펄로 트레이스를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던 샵에 들러 보았더니 뇌조를 1700엔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 사실상 현재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가격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 아닌가 싶어 바로 집어 들었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나는 아직까지 뇌조를 마셔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700ml 기준 병당 2만원 수준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일본에서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2000엔 이상을 지불해야만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2천엔 이상의 위스키라면 블렌디드로는 조니워커 블랙이나 몽키 숄더, 발렌타인 12, 듀워스 12, 올드 파 실버 등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하이볼 용으로 사용하던 티처스와 가볍게 한 잔 마시기 위해 구입해둔 발렌타인 파이니스트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기에 바로 구입하였다.

 

 

 

붉은 기가 약하게 도는, 조금 짙은 금빛.

잔에 따라 코를 가져다 대 보니, 알콜부즈가 약간 느껴진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향의 첫 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특별히 향긋하거나 강한 향은 느껴지지 않고, 되려 약간 퀘퀘한 냄새라고 해야 할까. 불쾌한 냄새가 조금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손으로 감싸 쥐고 술을 돌려가며 조금 덥히자, 살짝 과일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수준이었다.

술잔 벽에 묻어 내리는 액체의 점성은 낮은 수준이어서, 마시기 쉽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모금 입에 흘려 넣자, 조금 스파이시하고 거친 풍미가 느껴졌다. 그러나 결코 마시기 힘들지 않은, 편하게 홀짝홀짝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잔 벽에 묻어 내려오는 점도 낮은 느낌과는 달리, 입에 머금으니 어느정도 오일리한 느낌은 난다.

입 속에서는 적절하게 오크 향이 느껴지는 수준이어서, 코로 맡았을 때에 비해 평가가 확 올라갔다. 복합적인 향은 아니나 기분좋은 향이다.

 

피니쉬는 결코 길지 않고 깔끔하고, 특별히 이거다 하는 아로마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복합적인 향이 입 속에 기분좋게 남는다. 단 마시고 나서 약간 시간을 두고 기다리니, 탄닌같은 쓴 맛이 약간 올라왔다.

 

피니쉬를 즐겨 본 후 다시 한 모금 흘려 넘기자, 이번에는 혀에 약간 물맛같은 밍밍한 맛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졌던 스파이시함은 혀가 마비되어서 못 느끼게 된 걸까?

입에 머금은 두 번째 모금을 입 속에서 크게 굴려 공기와 섞어주자 달콤한 풍미가 살아나긴 했다. 그러나 결코 그런 맛이 강하다거나 달콤함을 즐기기 위한 위스키는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부드럽지만, 소위 말하는 "드라이"한 맛이라 표현하면 될 듯 하다.

 

만화 "바텐더"에서 주인공 사사쿠라 류가 칵테일의 기주로 이 뇌조를 사용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풍미가 특별히 강하거나 독특하지 않지만 위스키의 특징이나 특색은 풍부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야말로 베이직한 "위스키"의 맛이며, 왜 스코틀랜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술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뇌조의 여러 바리에이션도 맛 보고 싶지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은 쉽지 않을 것 같다.

 

 

 

 

- 주류명 : 더 페이머스 그라우스 (The Famous Grouse)

- 종류 :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 알콜도수 : 43%

- 구입가격 : 2021년 1월 현재 오프라인 판매가 약 17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