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주의 추억/럼

론 몬테크리스토 12년 (Ron MonteCristo 12 Años)

론 몬테크리스토 12년. 인터넷 상의 판매가격은 5000엔 초반대.

지인으로부터 대량으로(정말 대량으로) 양도받은 럼을 하나하나 마셔보기로 하였다.

술을 차근차근 맛보며 마시기 시작한 뒤로, 칵테일의 기주로 사용된 럼은 마셨어도 럼 단품을 마신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맛과 향을 잘 즐길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되었으나, 어쩌겠는가, 집에 마셔야 할 럼이 19병이나 있는데. 이것도 인생의 좋은 공부다 하고 천천히 맛을 봐 갈 수밖에 없다.

 

먼저 고른 럼은, 쿠바산(産) 럼인 론 몬테크리스토(Ron MonteCristo) 12년. 국내 인터넷상에서는 검색해 보아도 전혀 그 정보가 등장하지 않았다.

일본쪽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양조 자체는 도미니카에서, 럼의 분류상으로는 쿠바 스타일 럼, 만들어진 럼의 보틀링은 스페인에서 했다고 되어 있다. 잘 모르겠지만, 굳이 바다를 건너 스페인까지 가져가 보틀링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업이 무역업이다 보니, 주세 등의 절세를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드나,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

 

 

색깔은 밝은 갈색. 12년 숙성 답게 오크통의 색이 진하게 배어 있다.

 

글라스에 따라놓고 보니, 평소 마시는 위스키들보다 확실히 색이 진하다. 소위 말하는 소위 말하는 '다크 럼'의 색상이 이쪽 계통 색상이리라. 가볍게 흔들어 잔 벽에 술을 묻힌 뒤 흘러내리는 모습을 관찰해 본다. 녹진하게 흘러내리지는 않으나, 가볍지는 않지만 아주 얇게 전체적으로 묻어 내려온다. 필시 입 속에서의 느낌도 깔끔하겠지.

 

글라스에 코를 갖다 대자, 가벼운 알콜부즈가 느껴진다. 코를 찌르는 수준은 아니며, 향은 충분히 맡을 만 하다. 럼에 익숙하지 않아 숨은 향 등은 찾기 힘들었으나, 럼 특유의 달콤한 향이, 아세톤 등의 용제와도 비슷한 향과 함께 섞여 콧속으로 들어왔다. 일본에서는 "비파 향"으로 표현하던데, 상큼한 과실향과도 같은 향 역시 느껴진다.

 

가볍게 한 모금 입에 흘려 넣자, 이것이 사탕수수의 맛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흑설탕과도 비슷한 달콤한 향이 혀 위를 타고 들어왔다. 혀를 휘감으며 아주 약한 스파이시한 느낌이 남고, 술 자체의 오일리함은 거의 없는 깔끔한 식감이다. 도수가 38도로 약간 낮은 것 때문인지 굉장히 마시기 쉽고, 향도 불쾌하거나 한 부분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흘려넣은 그 대로 자연스럽게 목으로 넘기자, 달콤쌉쌀한 여운이 입속에 잠깐 남았다 이내 사라진다. 럼의 달콤함을 가득 머금은 아로마만이 입 속에 남고, 술 맛 자체의 피니쉬는 아주 가볍고 짧다. 드라이한 술을 좋아하는 내게는 아주 맛있게 느껴진다.

 

약 45ml 정도를 따라 마셔 보았는데, 굉장히 가벼운, 마시기 쉽고 마일드한 술임에는 틀림없었으나, 복잡미묘한 향을 느끼기엔 내게는 역부족이었다. 아니면, 럼이라는 술 자체가 이런 특성인 것일까? 중간중간 크래커 조각으로 입 속을 리셋시키고 나서 마셔 보아도 다양한 향을 구분해 내기는 힘들었다.

증류주 초심자인 나로서는, 현재의 수준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라 느껴졌다. 아직 남아 있는 다른 여러 럼을 더 마셔 보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한 바퀴 다시 돌아본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이번 술도 좋은 공부가 된 술이었다.

 

 

- 주류명 : 론 몬테크리스토 12년 (Ron MonteCristo 12 Años)

- 종류 : 럼 (쿠반 럼)

- 알콜도수 : 38도

- 구입가격 : 무상양수 (2020년 10월 현재 인터넷 판매가 약 54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