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 추억/위스키

와일드 터키 8년 (Wild Turkey 8 Year Old)

양파양파의 방구석 2020. 8. 24. 21:28

와일드 터키 8년. 일본에서는 아직 8년이란 이름으로 판매중이다.

짐 빔(Jim Beam)과 더불어 켄터키 위스키, 즉 버본의 대명사 중 하나인 와일드 터키.

그 중 메이저한 8년의 1리터 보틀이 인근 슈퍼마켓에서 세일을 하고 있어 구입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더이상 8년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고, 프루프 표기로 바뀌어 와일드 터키 101이라 판매중인 그 제품이다.

비단 스탠다드나 8년 외에도 레어 브리드(Rare Breed, 배럴프루프 제품)를 포함하여 몇 번이고 마셔 본 와일드 터키지만, 개인적으로 구입해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에서 마시는것과 달리 온전히 술 맛에 집중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와 함께 개봉하였다.

나는 잔에 따른 술의 향도 좋아하지만, 보틀을 개봉하였을 때 뚜껑이나 보틀에서 풍기는 향도 매우 좋아한다. 버펄로 트레이스(Buffalo Trace)는 그 강한 향 덕에 뚜껑을 여는 그 순간부터 만면에 가득히 미소가 절로 떠오를 정도이다. 버본을 좋아하는 점도 있지만, 와일드 터키 역시 버본 특유의 달콤한 향이 너무 강하지 않게 은은하게 풍겨와, 잔에 채 따라 보기도 전에 술맛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살짝 코르크의 향을 맡아보니 마치 케잌 전시대와도 같은 달콤한 향이 연하게 풍기며 기분이 좋아졌다.

 

 

 

짙은 황금빛과도 같은 갈색빛이 돈다. 

 

101프루프=50.5도라는 상당히 높은 알콜 도수를 자랑하는 위스키지만, 생각보다 알콜부즈는 약하다. 잔에 코를 갖다 대니 버본 특유의 달콤한 향이 풍겨온다.

 

한 모금 머금고 그대로 목으로 흘러 넘기자, 강렬한 알콜 기운과 스파이시 한 맛이 혀 위를 타고 내려간다. 달콤한 바닐라 향이나 견과류 향은 별로 강하지 않고, 버펄로 트레이스나 놉 크릭(Knob Kreek)에서 느낄 수 있는 프루티한 맛도 거의 없다. 굳이 과일에 비교하자면, 처음 입 속에 감도는 맛은 달콤하지만 상큼함이 감도는 서양배나 사과와도 같은 맛이 약간 느껴지지만 이내 스파이시한 맛에 금새 사라져 버리고 만다.

 

버본 특유의 호불호가 갈리는 달큰한 향이 약하다 보니, 체이서로 알콜 기운을 씻어 내리고 난 후의 입 속 아로마도 약하다. 단 더 저렴한 가격대의 위스키와는 달리 입 속에 불쾌한 향이나 맛이 남지는 않으며, 깨끗히 씻겨진 입 속에 가볍게 남은 버본의 달콤한 끝맛과 약한 쓴 맛이 기분좋다.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질까 싶어 입속에 한 모금 더 머금고 가볍게 굴려 공기와 섞어 마셔 보니, 공기와 만나 강렬한 스파이시함이 약간 줄어들고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조금 더 강하게 떠오른다. 다시 한 번 머금고 공기를 크게 들이켜 뒤섞어 보아도 역시나 비슷한 느낌. 와일드 터키는 부드럽게 마시기 위한 술이 아니라 강렬하게 스트레이트 그대로 목으로 넘겨 내리기 위한 제품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마시고 난 글래스의 잔향을 맡아보니, 부드럽게 풍겨오는 버본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남아있다. 은은한 향만을 맡고 있자니 절로 술병에 다시 손이 가며 한 잔 더 따라 마실 수 밖에 없는 유혹적인 향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잔 더 따라 마시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과연 그 명성답게 강렬함과 달콤한 향의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고 강한 도수 외에는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맛이다.

매번 이 정도 특가로 판매한다면 데일리 위스키로 아주 적당할 것이지만, 아쉽게도 이번달로 할인은 종료. 다른 맛좋은 위스키를 또 찾아 보아야 겠다.

 

 

 

- 위스키명 : 와일드 터키 8년 (Wild Turkey 8 Year Old)

- 종류 : 버본 (켄터키 위스키)

- 알콜도수 : 50.5도

- 구입가격 : 1리터 대형보틀 3,000엔 (슈퍼마켓 세이죠 이시이 - 세일가격)